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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한시 감상

웃어봐요 2012. 8. 11. 09:04

 

 

 

 

 

♧ 임진년 무더위....? 

 

 

 

 

붉은 해 중천이라 새들도 울지 않고
산인은 말을 타고 천천히 지나는데
골짜기 산속 길로 어느덧 접어드니
반갑게 솔바람에 물소리 들려오네

赤日中天鳥不鳴
山人騎馬作閒行
翛然去入連山路
喜得松風澗水聲

 

해 설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언제나 이렇게 더웠는데 또 잊어버리고서 유난히 덥다고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지구 온난화 등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으로 정말 더 더운 것이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밤낮으로 너무 덥다. 그런데 여름은 원래 덥다. 작년 여름도 더웠고, 10년 전 여름도 더웠고, 100년 전 여름도 더웠다. 여름이 덥지 않으면 천재지변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름이면 피서를 즐긴다.

  이 시는 조선 후기의 문인인 정내교(鄭來僑)가 수운정(水雲亭)이라는 곳에 피서를 가며 지은 시이다. 그는 중인 출신이라 높은 벼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시의 재능은 당대에 최고로 인정받아, 많은 고관의 자제들이 그에게 시를 배우기도 하였다. 김종수(金鍾秀), 홍봉한(洪鳳漢) 등이 그에게 시를 배웠다고 한다.

  이 시는 특별한 기교나 묘사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한여름의 뜨거움과 산중의 시원함을 잘 전달하고 있다. 제1구의 ‘중천에 걸린 붉은 태양[赤日中天]’은 더운 이 여름날 생각만으로도 덥다. 얼마나 더운지 새들도 모두 자리를 피해 보이지 않는다. 얼른 고개를 돌려야 할 구절이다. 제2구에서는 이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피해 산길로 향하는 시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시라도 빨리 자리를 옮겨야 하겠지만 무더위 속에 빨리 발걸음을 내디딜 수가 없다. 최대한 천천히[閑] 내딛고 있다. 아직도 덥다. 배경은 어느 순간 깊은 산중으로 바뀌어있다. 무언가 느낌이 다르다. 숲 속에선 솔 내음 가득 실은 솔바람[松風] 불어오고, 길옆 계곡에선 물소리[間水] 들려온다. 제3구에서 지친 우리 몸의 감각을 집중시키다가, 제4구에서 더위를 식힐 솔바람과 물소리를 선사하고 있다.

  아직 휴가를 다녀오지 못한 분들에게 올여름 산중 계곡으로의 피서를 한번 권해본다. 시인이 느꼈던 반가움이 무엇인지 몸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 이정원(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마지막 무더위를 잘 견디셔서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옮긴 글  만든이 소나무-k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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