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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쪼개지는 아픔이 있어도

웃어봐요 2010. 6. 5. 11:49

 

 

 *~ 가슴이 쪼개지는 아픔이 있어도... ~*

 

 

 



오늘은 그냥 걸었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걸었습니다.

한 번도 세월을 돌아보지 않았는데
오늘은 지난 세월을 돌아봅니다.

왜 이렇게도 가슴이 시립니까?
정말 실컷 울고만 싶습니다.

일을 할 수도 없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넋 잃은 모습으로 지금 걷기만 합니다.

목적밖에 모르는 나의 인생
내 인생의 전부였는데,

내일이 없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는데,

나에게도 이렇게도 공허한
이런 시간이 다가오다니요.

 

 



언젠가는 이날이 올 것을 예상 했으나
이렇게 엉겁결에 오면 어떡합니까?

하지만 참겠습니다.
기어코 참아내겠습니다.

가슴이 쪼개지는 아픔이 있어도
시간을 두들겨 패서라도 참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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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이었다.

      텅 빈 공원, 벤치 끄트머리에 한 노인이 앉아있엇다.

      군청색 윗도리에 까만바지, 많이 닳은 듯한 황토색 구두를 신은

      그의 머리 위에서 새것 같은 체크무늬 모자가

      온통 은발인 머리카락을 덮어주고 있었다.

       

      노인은 시선은 공원 안이 아니라 밖을 향해 있었고,

      그런 당신을 훔쳐보는 내 눈길 따위는 모른 채

      그저 미동도 없이 허름한 양복을 걸친 등을

      무방비 상태로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에게 토요일은 '가족과 함께 하는 주말'이 아니었던 걸까,

      내가 눈길을 거둘 떄까지 노인은 그곳을 떠나지 않았고,

      그런 그의 등이 너무 초라해 보여

      햇빛에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눈이 시려 왔다.

       

      노인들은 소리내어 말하려 들지 않는다.

      마치 바위처럼 굳어 버린 듯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고, 기다리며

      목구멍 안에서 맴맴 돌듯 사람을 부른다.

       

      그 노인 역시 누군가 공원 안으로 들어와

      그가 앉은 벤치의 옆자리에 앉아

      말 걸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던 건지도 모른다.

       

      내 아버지도 숱이 적어지고, 하얗게 변한

      머리카락을 가리려 종종 모자를 쓰시지만,

      모자로는 전부 감춰지질 않는다.

       

      그들의 나이가,

      그 하얀 머리카락이 결코 서러운 것이 되어선 안 된다.

      더 이상은 '감추기'위해 모자를 쓰지 않기를,

      하얗게 바래지는 모든 것에는 그것만으로도

      고개 숙여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니까.

       

      내 머리에도 새하얗게 눈이 내릴 때쯤

      내 등이 초라하지 않게 따뜻하게 안아줄 한 사람쯤 있어주길,

      소리내어 부르지 않아도 내 옆에 다가와 앉아주길 바래.

       



      ▒ 5월의 끝.. 이순간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
      사모하는 마음 - 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