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탁동시(卒啄同時)
줄탁동시는 한자어이면서 교육학 용어이다.
어미닭이 정성껏 품은 알은 20일쯤되면 알속에서 자란 병아리가
'삐약삐약' 탁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오려는 신호를 한다.
병아리는 알 속에서 나름대로 공략 부위를 정해 쪼기 시작하나 힘이 부친다.
이때 귀를 세우고 그 소리를 기다려온 어미닭은 그 부위를 밖에서 쪼아 준다.
그리하여 병아리는 비로소 세상 밖으로 쉽게 나오게 된다.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그 소리를 듣고 화답하는 행위로 밖에서 쪼와 주는 것이「탁」이다.
쪼을 줄(卒), 쪼을 탁(啄).
하나는 미성숙자가 스스로 자기 동기유발에 의해 행하는 행동이나 도움을 요청
하는 뜻이 포함되고, 다른 하나는 성숙자가 도와주는 행동의 뜻이 포함된다.
이 일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줄탁동시」이다.
학교에서 교사와 학습자 사이에 교수원리가 바로 「줄탁동시」상황이어야
학습의 효과나 전이가 최대화 된다는 원리가 담겨있다.
오늘날 가정의 열성 어머니들은 '학습자의 卒'은 없는데 '지도자의 啄'만 강요
하는 현실이 많아 사교육의 병폐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삼성경제 연구소 지식 경영센터의 '강신장' 상무의 강의 내용을 접하면서
내가 현직에 있을 때 교사연수나 어머니교실 강의에 자주 등장했던 이야기 이
기에 감회가 새로와 내 생각을 첨가하여 다시 정리했다.
강의 요점 [줄탁동시]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가르침이자 매력적인 이치가 이다.
행복한 가정은 부부(夫婦)가「줄탁동시」할 때 이루어지고,
훌륭한 인재는 사 제(師弟)가「줄탁동시」할 때 탄생하며,
세계적인 기업은 노사(勞使)가「줄탁 동시」할 때 가능한 것이다.
또한 국가의 번영이나 남북관계 그리고 국제관 계에도「줄탁동시」의 이치를
공유하고 함께 노력할 때 성공과 발전이라는 열 매가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줄탁동시」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그 첫 번째는「내가 먼저 변화하기」이다.
어느 방송국의 로고송에 있듯이 세상의 이치는 "기쁨 주고 사랑 받는”순서이 지
사랑 받고 기쁨 주는" 순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상대로부터 화답이라는 선물을 받으려면 고뇌와 헌신이 듬뿍 담긴 변화와 혁 신을 통해
기뻐할 일을 만들어 내야한다. 가정이라면 배우자가 기뻐할 일을 준비하여야 하고,
기업이라면 새로운 혁신 가치를 먼저 만들어 내야 시장의 열광이 따르는 것이다.
<두 번째는「경청」이다.
어미닭이 아기 병아리가 부화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알려면, 어느 부위를 두드 릴 것인지를
먼저 시그널(signal)을 잘 듣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병아리에게 필살의 도움을 줄 수가 있고,
함께 기쁨을 만들 수 있다. 가족의 소리, 고객의 소리,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지 않으면 위대함이란 없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은 선물을 받는 것과 같다.”란 말이 있다.
경청하지 않는 것은 받은 선물을 아무렇게나 뜯어 던져두는 것과 같다. 그런 사람에게 누가
다시 선물을 주겠는가?
세 번째는「타이밍」이다.
아무리 좋은 변화와 혁신이라도 상대방이 갈망하고 있는 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일은 낭패를 본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고객가치에 소비자
들이 목말라할 때, 혁신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시장과 고객이 보내오는 열광과
감동의 화답을 받을 것이다. 위대한 조직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고객과 함께 손을 맞춰 박수를 칠 수 있는 기업”일 것이다.
네 번째는「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이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나의 노력이 항상 인정을 받아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내가 알의 안쪽을 쪼았다고 반드시 상대방이 바깥쪽을 쪼아주는 것은 아니다.
어느 경우엔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고 상대방의 묵묵부답으로 온갖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
기업의 경우, 필살의 노력으로 새로운 제품을 내었다 해도 늘 히트상품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줄탁동시」의 묘는 기다림에 있다.
고객과 함께 진실의 순간을 만들기 위해 늘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안과 밖, 명과 암, 나와 너… 이 두 가지가 만나 새로운 열정과 에너지를
창조하는 원리. 줄탁동시」로 세상사는 법을 더 생각해 봐야겠다.
-- 삼성경제연구소 지식경영센터 강신장 상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