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료방/- ◈ - 동식물

백일홍과 <베롱나무 목 백일홍>속설과 전설

웃어봐요 2010. 9. 16. 00:02
//

 


 

 

 

 

 

 

옛날 어느 어촌에 목이 세 개 달린 이무기가 나타나 매년 처녀 한 명씩을 제물로 받아 갔다.

그 해에 한 장사가 나타나 제물로 선정된 처녀 대신 그녀의 옷을 갈아 입고 제단에 앉아 있다

이무기가 나타나자 칼로 이무기의 목 두 개를 베었다. 처녀는 기뻐하며 "저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으니

죽을 때까지 당신을 모시겠습니다." 하자 "아직은 이르오..

아직 이무기의 남아 있는 목 하나마저 더 베어야 하오.

내가 성공하면 흰 깃발을 달고, 내가 실패하면 붉은 깃발을 달 것이니 그리 아시오." 하고 말했다.

처녀는 백일간 기도를 드렸는데, 백일후 멀리 붉은 깃발을 걸고 오는 배를 보고 그만 자결하고 말았다.

장사는 이무기가 죽을 때 뿜은 붉은 피가 깃발에 묻은 줄 몰랐던 것이다.

그후 처녀의 무덤에서는 붉은 꽃이 피어 났는데 그 꽃이 백일간 기도를 드린 정성의꽃,백일홍이다.

 

- 어느 블로거의 글-

 

 

 

 

 

---DSC_4192.JPG

 

전북 진안 용담면 시골담장의 베롱나무

 

<흥진이골의 전설>

 

대전의 신상동 흥진이골, 대청호 주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가지가 묘하게 휘어져 사람이 걸터앉기 좋게 다듬어진 나무가 한 그루 있다.

우리는 그곳을 산책할 때마다 돌아가며 한번씩 앉는 습관이 생겼다.

앉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씩 건네곤 한다.

 

이곳을 보고도 그냥 지나가는 사람은 저주를 받는다는 전설이 있다네.

맞아, 전에 어떤 사람도 이걸 무시하고 그냥 지나쳤다가 큰 화를 당했다던데..

 

이쯤 되면 장난삼아라도 앉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이걸 우리는 흥진이골의 전설이라 명명했다.

전설은 원래 장구한 세월을 거쳐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지만,

이 괴담같이 무시무시한 흥진이골의 전설은 우리가 산책하며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래서 정말 그럴 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유포시키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게 세대를 거듭하다 보면 이야기가 덧붙여지고 다듬어져 별의 별 형태로 떠돌아다닐지도 모른다.

 

---DSC01399.JPG

 

 

 

<설화, 신화, 전설, 속설......>

 

이게 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잘 구분하지 못한다.

굳이 구분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개념을 정하고 분류해야 하는 이 분야의 사람들은

글자 하나 차이로 같은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했는데,

대략 정리하고 넘어가야겠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는 통털어 <설화>라고 하며, 설화는 다시 <신화>와 <전설> 그리고 <민화> 등으로 크게 분류한다. 설화의 발생은 자연적이고 집단적이며, 그 내용은 민족적이고 평민적이어서 한 민족의 생활감정과 풍습을 암시하고 있다. 또 그 특징은 상상적이고 공상적이며, 그 형식은 서사적이어서 소설의 모태가 된다. 이러한 설화가 문자로 정착되고, 문학적 형태를 취한 것이 곧 설화문학이다.

 

<신화>는 민족 사이에 전승되는 신적 존재와 그 활동에 관한 이야기로서, 이에는 우주의 창생과 종말에 관한 우주신화와 천지·일월·성신에 관한 천체신화 및 건국신화와 국왕신화 등이 있다.

 

<전설>은 신격(神格)을 주체로 할 필요가 없고, 인간과 그 행위를 주체로 하는 이야기이다. 그것은 주체가 되는 사물에 따라 지명전설(地名傳說)·성명전설(姓名傳說) 등으로 분류되며, 그것을 증거할 암석·수목·산천 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어떤 공동체의 내력이나 자연물의 유래, 이상한 체험 따위를 소재로 한다.  한 고을이나 한 마을의 역사적인 얘기 등이 예부터 그 지방에서 구전(口傳)된 것이 곧 전설이다.

 

<민담>에는 신화의 신성성과 위엄성 및 전설의 신빙성과 역사성이 희박하고, 그것은 흥미 위주로 된 일종의 옛 이야기이다. 그것은 동물설화·본격설화·소화(笑話) 등으로 분류되고, 또 본격설화와 파생설화(派生說話)로 구분되기도 한다.

 

<속설>은 그냥 떠도는 이야기일 뿐이다. 가령 내 사무실에는 계족산 비탈에서 주워와 화분에 심어 몇 년 자란 탱자나무가 있는데,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실내에 가시가 많은 나무를 두면 안된다더라.'고 말한 것과 같다. 때로는 괴담 형태로도 나타나는데, 전형적인 '~카더라' 식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DSC_4456.JPG

 

금산군 남일면에서 전북 진안 용담면에 이르는 길의 베롱나무

 

베롱나무 역시 수많은 전설과 속설이 떠돌아다닌다.

그런데 들어보면 그럴 듯도 하고, 또 어디선가 많이 들은 것 같은 이야기다.

전해져 내려오다 보니 갖은 이야기가 덧붙어 여러 가지 형태로 자리잡은 것이다.

게다가 이 나무 저 꽃 이야기가 마구 뒤섞여 비슷한 전설이 많이 있는 것이다.

위에서 전설이 어떻고 민화가 어떻고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야기도

베롱나무의 전설을 보면서 꼭 한 번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무개념을 질타한 베롱나무>

 

어릴 적에 살던 우리 집 뒤뜰에는 백일홍나무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백일홍이라고 불렀는데,

베롱나무를 취재하면서도 그것이 그 나무인 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처음 보는 듯한 이 나무가 나와 함께 오랜 세월을 동거했던 나무인 것을 이제야 알았으니,

내 무개념에 탄식할 뿐이다.

 

이왕지사 내 무개념에 대하여 더 고백해야겠다.

백일홍이 백일 동안 피는 꽃이라 하여 처음에 나는 참 짧게도 피는구나 생각했다.

아니, 꽃피는 기간이 얼마나 짧으면 고작 백일홍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글을 보니 백일홍은 7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10월까지 아주 오랫동안 피어 있어서 백일홍이라 부른다고 해서 의아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백일 동안 꽃이 핀다니 정말 오랫동안 피는 꽃이었다.

내 무개념엔 끝이 없나 보다.

 

---DSC_4469.JPG

---DSC_4526.JPG

 

우암사적공원(남간정사)의 베롱나무와 열매

 

<베롱나무의 속설 그리고 전설>

 

베롱나무는 집에 심으면 안되나요? 무덤 가에 심는 거라던데..

 

어떤 사람이 인터넷에서 이렇게 질문했다.

베롱나무 꽃은 꽃중에 못난이꽃이라 하여

계집질만 하던 미운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묘옆에 심어 준다는 속설이 있다. 

한여름 향기 없이 100일 동안 질리게 피어 있으니 죽은 자도 괴로울 거라는데,

죽은 자라도 철저히 응징하려는 섬뜩함마저 배어 있다.

 

베롱나무는 나무줄기의 매끄러움 때문에 여인의 나신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대갓집 안채에는 금기시되는 수목이라 한다.

그렇지만 절마당이나 선비들이 기거하는 앞마당에는 많이 심었다고 한다.

절마당에 많이 심는것은 배롱나무가 껍질을 다 벗어 버리듯

스님들 또한 세속을 벗어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이고

선비들의 기거하는 곳 앞에 심는 것은 청렴을 상징하기 때문이라 한다.

동일한 것을 놓고도 관점에 따라 의미는 이렇게 다르다.

역시 독과 약은 한가지라는 명언(이 말은 실은 내가 한 말이다.ㅋㅋ)이 딱 들어맞는다.

그런데 무덤 가에 심는다는 말은 왜 나왔을까?

야말로 속설의 다양함, 이율배반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베롱나무 전설도 여러 가지 형태로 전해져 오는데, 그 중 잘 정리된 것을 하나 인용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전설은 백일홍(목백일홍이 아닌)에 관한 것이며,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탓에 베롱나무는 덤으로 얻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 이쯤 되면 필자가 전설에 대하여 왜 그렇게 오래 이야기했는가 짐작되지 않는가?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는 그간 수도 없이 들어봤을 것이다.

등장 인물이 살짝 바뀌거나 이야기의 일부가 조금 다를 뿐

<깃발을 걸고 오는 배>라든지 <피가 묻어 붉게 보여 자결했다>든지,

이 이야기는 다른 전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눈치챘을 것이다.

 

목백일홍, 베롱나무는 나무 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하여

간즈름나무(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면서도 미처 확인하지 못했으니 아쉽다. 

또한 베롱나무는 정말 향기가 없는 것인가도 확인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도 베롱나무는 대전 근교에 지천으로 깔려 있으니 다행이다.

금산에서 진안으로 이어지는 지방도의 일부분에는 베롱나무가 아예 가로수로 자리잡고 있고,

우리 마을 담장이나 사무실 옆 학교 정원에도,

대전 가양동의 우암사적공원에도 지천으로 널려 있으니 조만간 확인해 봐야겠다.

 

---DSC_4486.JPG

 

---DSC_4475.JPG

 

우암사적공원(남간정사 - 대전 동구 가양동)의 베롱나무

'◈ - 자료방 > - ◈ - 동식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사화 (想思花) ~~꽃 무릇  (0) 2010.09.21
가을 국화 모음  (0) 2010.09.18
예쁜꽃 효능과 좋은 글  (0) 2010.09.13
여름에 만난 꽃  (0) 2010.09.11
아름다운 새  (0) 2010.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