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그대와 함께이고 싶다
청호 윤봉석
아기 손 단풍에 그대 이름을 적어
책갈피에 끼워 놓고
나 혼자 그리워하고 외로워하는
가을밤 달님은 나의 속내를 알고 있을까
가을 바람이 전해오는
코스모스의 달착지근한 속삭임
갈대가 슬피 우는 밤
숙명처럼 다가오는 외로운 그림자
누구에겐가 기대어 흔들리고 싶은
가련한 내 몸짓의 향연은
경쾌한 음악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이 가을 쏟아져 내리는
그리움과 낭만은 모두 나 혼자 쓸어 안고
중앙선 완행열차에 몸을 싫고
꿈속에서 만난 그대 찾아
어디론가 정처없는 나그네 길을 가고 싶다
유행가 전주곡보다 감미로운
그대 가을은
입 벌린 석류의 향기 가득한 사랑이
곳곳에 익어가는 낭만의 계절에
중년의 아름다운 추억을
인생의 여로에서
에로스의 고운 꿈을 아름답게 노래하듯
사랑이 담긴 추억의 한 페지를 다시 쓰고 싶다
산너머 그리움이 있는 언덕엔
중년의 가슴이 농익은
외로운 달그림자에 전해오는
인생의 마지막 황홀한 속삭임은
바람든 불혹의 심장이 구르다 숨을 멎을
쓸쓸한 계절이기도 하지만
가슴 한쪽에 오래 묶은
그대 달콤한 입술과 붉어진
그대 모습이 너무나도 그리운 가을밤이다
천지를 진동하는 국화 향기에
흠뻑 취하고 싶은 가을
오늘 나 그대를 만나고 싶다
인적없는 무인도에서 소라의 노래를 들으며
진홍빛 와인잔을 마주놓고
촛불 밝혀 이 밤을 함께 새워
가슴에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그대 이름을 쓰고 싶다
사랑도 만들어 행복이 나오도록
잘근잘근 씹으며
혼자 보기 아까운 이 가을의 낭만
이 가을 창공을 날으는 고추잠자리
귀뚜라미 노래 강강술래 달빛
코스모스 꽃길 갈대의 슬픈 노래
입벌린 밤송이
가시에 찔려도 뜨거운 키스를 하고싶다
아름다운 이 가을을
당신에게 통째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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