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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속의 달(吟井中月)

웃어봐요 2011. 9. 27. 01:25

 

 

 

 

 

         

 

                             

 

 

                                              우물 속의 달(吟井中月)

 

                                                  李奎報(이규보)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하여   : 산속의 스님이 달빛에 반하여

 

 

           竝汲一甁中(병급일병중)이라   : 함께 길러 한 병속에 담았네.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하니   : 절에 돌아와 바로 깨닫게 되니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이로다 : 병 기울자 달 또한 사라진다는 것을.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가을은 달이 고운 계절이다.

   태양이 지배하는 낮이 양의 세상이라면, 달이 있는 밤은 음의 세상이다.

   특히 가을달은 많은 문인묵객으로 하여금 시를 짓고 붓으로 휘호하게 하였다.

   오늘은 이규보가 바라본 가을달을 그의 시를 통해 같이 음미하고자 한다.

   이 시는 스님이 달빛을 보고 그 달빛에 취하면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시이다.

   바쁜 일상에 쫒기더라도 오늘 하루 가을달에 취해 보시기 바란다...

 

 

   1구에서 스님은 저녁지을 물을 긷기 위해 우물에 갔다가 “아 이렇게 고운 달이 있는가”

               하고  물속의  달을 보고 고운 달빛에 반해 탐심이 발동했다.

   2구에서 스님은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리면서(汲) “절에 가서 달빛을 두고 두고

               보아야지”하면서 그 물에 비친 달도 함께(竝) 병(甁) 속(中)에 길러 넣었다. 

   3구에서 절에 이른 스님은 물병을 열고 물을 큰 독에 쏟으면서 금방 알게 된다. 

   4구에서 물을 독에 쏟아내기 위해 물병(甁)을 기울이면(傾), 달(月) 또한(亦) 보이지

               않으면서 텅  비어버린다(空)는 현실적인 사실을 깨닫는다.

 


     이 시에서 스님은 구도자이고 달은 그가 구하고자 하는 진리는 아닐까.

   물병은 현실적인 수행과 실천을 의미하고 그 속에 담긴 달은 관념이라고 여겨진다.

   도는 실천과 수행을 통해서만 가능하지 관념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작자는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즉 갇혀있는 진리는 물병속의 진리일 뿐 물병에서 물이 쏟아져 버리는 순간 사라진다고

   은유적으로 말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작년에 이 선시를 행서로 제작하였는데 어느 스님이 그 작품을 보고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상상과 기대를 갖는다는 것은 인간이 가지는 고유한 속성이니 아름답다고

   말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이규보는 13세부터 문장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고려후기 무인정권시대에 계관시인과도 같은 존재로 문학적 영예와 관료로서의

   명예를 함께 누렸다. 권력에 아부한 지조 없는 문인이라는 비판이 있으나 대 몽골

   항쟁에 강한 영도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정권에 협조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

   의 문학은 자유분방하고 웅장한 것이 특징인데,


   당시 이인로 계열의 문인들이 형식미에 치중한 것에 반해

   기골(氣骨)· 의격(意格)을 강조하고 신기(新奇)와 창의(創意)를 높이 샀다.

   <백운소설(白雲小說)〉·〈국선생전(麴先生傳)〉 등의 저서와 다수의 시문을 남겼다.

 

                                        2011년 9월 23일(금) 삼도헌 발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