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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門

웃어봐요 2010. 10. 18. 08:45

선안영시인님건강하세요

 

                      꿈꾸는 門


                           詩人  선안영



      어둡기 전에 불을 켜야 조금 덜 쓸쓸하다는
      아버지의 말씀 따라 촛불을 밝혀 본다
      마음을 따라가지 못한
      편지 속의 추운 문자들


      흔들리는 불꽃 따라 바람벽이 출렁이고
      마른 잎새의 귀를 달고...웃고 있던...눈사람
      유년(幼年)이 긴 꼬리를 감고
      소리 없이 굴러온다


      우리 잠시 지나왔던 길들 다시 포개져
      아버지, 지치도록 걸어온 불의 몸을
      저녁내 그림자가 껴안고
      까무룩 졸고 있다.


      예순 갑자 훌쩍 지난 길 끝에 핀 깊은 적막
      출구 같은 보름달에 바늘귀 드는 실처럼
      가는 목 고개를 꾸벅여
      환한 문 을 꿈꾼다 .